강원 생활에서 체득한 ‘회향’의 의미 - 화엄반 법우 > 차례설법

  • 로그인
  • 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법문

차례설법

강원 생활에서 체득한 ‘회향’의 의미 - 화엄반 법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6.02.02 조회54회 댓글0건

본문

강원 생활에서 체득한 회향의 의미

 

화엄반 법우

 

  강원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마음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공부에 전념하고자 마음을 내지만, 하루의 대부분은 뜻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정해진 시간표, 반복되는 소임, 그리고 늘 함께해야 하는 대중 속에서 처음 발심했던 수행의 열의가 흐려지는 순간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역시 4년의 강원 생활을 보내며, 공부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대중 속에서 마주하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렸습니다. ‘나는 분명 수행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은 자유롭지 못하지라는 의문도 자주 일어났습니다.

  강원에서 대중 생활은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늘 함께 살아가야 하는 수행의 현장이었습니다. 나의 리듬과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자리에서 참고, 배려하고, 맞추는 일은 경전 속 문장보다 훨씬 구체적인 수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욕과 절제 속에서도 마음 한켠에는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이 수행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마음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자주 멈춰 서게 됩니다. 생활 속에서 점차 알게 되었고, 수행의 어려움은 공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쌓아 올린 공덕과 노력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지를 알지 못해서 생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 저에게 다가온 가르침이 바로 화엄경에 설해진 열 가지 회향이었습니다. 대중 생활 속에서 회향은 수행의 마무리가 아닙니다. 저의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출발과 수행자의 진전과 향상에 힘이고 격려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화엄경에서 열 가지 회향은 수행의 마지막 단계, 혹은 보살행의 높은 경지로만 이해했습니다. 마치 수행이 충분히 성숙한 뒤에야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행의 삶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대중 생활은 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공부와 소임, 관계 속에서 마음은 자주 흔들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차차 알게 되었습니다.

 

  열 가지 회향은 수행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보살의 실천임과 동시에 타인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행입니다. 수행이 막히는 지점에서 만난 회향’.

출가해서 계율을 지키고, 공부를 하고, 인욕 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는 잘 참아냈다는 분별심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나는 수행자답게 살고 있다’, ‘이 정도면 괜찮다’. 이런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스치는 작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고, 상황과 조건이 맞지 않을 때, 소임을 살 때, 힘든 경계에 부딪칠 때면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분명히 느꼈습니다. 내 공덕이라고 자만하는 그 순간 공덕은 더 이상 수행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열 가지 회향 가운데 중생회향의 실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수행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도량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의 괴로움을 덜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이 불편함도 수행의 일부겠구나.’ 이렇게 마음을 돌리자 먼저 저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내려놓는 회향의 자리. 학업이든 수행이든 우리는 늘 좋은 결과이기를 기대합니다.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 변화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수행은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기도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 참아도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 앞에서 마음은 쉽게 지쳐갔습니다. 그때마다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회향 속에 깃든 나눔의 실천이었습니다. 나의 현재 주어진 일에 충실 하자. 이후로 저는 수행의 성취를 먼저 생각하기 전에 지금 이 마음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더욱 살피게 되었습니다.

 

  대중 생활을 하다 보면 관계로 인한 어려움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 사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만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인연들 또한 수행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이만큼이라도 수행하고 있다면 과거의 스승, 도반, 나를 힘들게 했던 인연들까지 모두가 수행의 바탕이 되어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 경험 속에서 삼세일체중생 회향은 경전의 문장이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원망하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고, 다시 설 수 있는 힘이 그 자리에서 생겨났습니다. ‘내 수행이라는 마음이 사라질 때 보이는 것, 열 가지 회향을 삶으로 받아들이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내 수행이라는 집착이 옅어졌다는 것입니다. 수행은 개인의 성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의 경계까지 허무는 회향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소임의 자리에서도, 침묵 속에서도 수행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열 가지 회향을 이론으로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대중에서 매일 같이 요구받는 마음 자세이며 실천 행이었습니다.

 

  집착이 생길 때마다 내가 이룬 공덕의 과보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다시 돌리는 것, 그 자체가 수행이고 회향이었습니다. 저는 부족함이 많은 수행자이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회향을 잊지 않는 한, 내가 쌓은 공덕보다 그것을 어떻게 회향하는가가 수행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요.

 

  끝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 대중 스님들의 공부와 수행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맺은 공덕이 법계에 두루 회향 되어 수행자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지난 4년의 강원 생활 동안 퇴보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신 존경하는 어른스님과 은사스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마지막 설법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정부 성불사

대한불교조계종 동학사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62 (우 32626) TEL042-825-2570FAX042-825-6068

COPYRIGHTS(C) 2024 DONGHAK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