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람, 출가 수행자의 삶 - 화엄반 도견 > 차례설법

  • 로그인
  • 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법문

차례설법

향기로운 사람, 출가 수행자의 삶 - 화엄반 도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6.02.02 조회58회 댓글0건

본문

향기로운 사람, 출가 수행자의 삶

화엄반 도견

 

  치문반으로 입학한 지가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졸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고 때에 맞추어 잠자리에 드는 이것이 우리 학인스님들의 일상입니다.

  학기 초에는 힘들고 어려웠던 이러한 일들이 조금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그 자리를 받아들일 만큼 자라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마음을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힘들다는 것은 아직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잘하길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만큼 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부는 충분히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법구비유경』 「쌍요품에 나오는 이야기로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향을 싼 종이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은 비린내가 난다.”는 부처님의 말입니다.

 

  어느날 부처님이 정사(精舍)로 돌아오시다 길에 떨어져 있는 묵은 종이를 보시고, 비구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은 어떤 종이냐고 물으셨다.

  비구는 아뢰었다. “향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아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줄을 보시고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은 어떤 새끼줄이냐? 물으셨다. 제자는 다시 답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생선을 꿰었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에 말씀하였다. “어떤 물건이나 본래는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줄은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

(법구비유경』 「쌍요품)

 

  이 이야기는 우리 삶에 깊은 울림을 주는 말입니다. 종이는 원래 냄새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선을 싸면 비린내가 배고, 향을 싸면 좋은 향기가 스며듭니다. 오늘 이 시간 저부터 제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오늘 어떤 향기와 함께 지냈는가?” 그리고 우리 대중스님들은 오늘 어떤 향기를 품고 있습니까?

  우리는 삭발하고 가사를 걸쳤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 속세의 비린내를 다 버리지 못한 중생들입니다. 저부터 그렇습니다. 출가했다고 해서 곧장 향내만 나는 것이 아니더군요.

  세상에 있을 때 익힌 경쟁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 비교하고 서운해하는 마음이 어느 날 문득 승복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봅니다. 그 마음이 일어났다고 해서 나는 스님 자격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 이것이 속세의 비린내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비린내 섞인 이 마음, 이 몸을 가지고 그대로 부처님의 법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씻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선을 싸던 종이도, 시간이 지나 향을 싸고 또 싸다 보면, 어느 순간 비린내가 옅어지고 향내가 서서히 배어듭니다. 우리의 강원생활이 바로 그 향을 계속 싸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직 속세의 비린내를 다 버리지 못했습니다. 누가 나를 알아주면 괜히 기분이 좋고, 몰라주면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봅니다. “그래 지금 내 안에 비린내가 올라오는구나.”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생각해보면, 제 안에는 향기도 있고 비린내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아직은 비린내가 더 진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전히 향기로워졌느냐가 아니라,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조금 더 향기로워지도록 애쓰는 것입니다. 오늘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말, 부드러운 눈빛,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청정한 이 도량에서 서서히 향기롭게 배어 갈 것입니다.

  나의 비린내를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기분에 따라 내뱉는 짜증 섞인 말이나 글, 눈빛에는 욕심이 비치며, 마음속에서는 늘 경쟁과 불안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심입니다.

  대중에서 하심하지 않고 멋대로 하면 그것이 바로 비린내의 전염입니다. 욕망과 분노의 인연을 싸면 우리 자신이 그 냄새의 주체가 되어버립니다.

  『화엄경에서는 인연의 그물(因缘綱)”이라 하여 세상을 거대한 그물에 비유합니다. 한 올 한 올 얽힌 인연이 결국 나의 업을 짓고, 그 업이 다시 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 인드라망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물둚의 법칙입니다.

  또한 화엄경』「보현행원품의 보현보살은 일체중생이 모두 깨달음을 이루기 전에는 자신도 열반을 구하지 않는다고 서원했습니다.

  이 서원은 향 중의 향입니다. 그 향기는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중생을 위한 향기입니다. 한 송이 연꽃이 진흙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듯, 보현보살의 마음은 고통의 세계 속에서도 자비의 향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상 속에서, 현재 이 마음을 향기로 지키는 것이 수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향기는 억지로 숨길 수 없는 향기입니다. 마음이 맑으면 그 향기가 세상에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에서 말하는 원융무애의 법계연기 - 모든 존재가 서로를 향기로 물들이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 물음을 대중스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향기로운 하루를 보내셨습니까? 혹시 마음속의 비린내가 새어 나오지는 않았습니까?

저의 부족함으로 이제서야 깨달아 한없이 부끄럽지만, 언젠가 우리 스님들이 후배 스님들에게

  “나도 속세의 비린내를 버리지 못해 애썼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비린내를 향기로 조금씩 바꾸어 온 길이 바로 출가수행의 길이었다.” 이렇게 말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마음에서 피어오를 작은 향기가 이 도량을 물들이고, 또 이 도량의 향기가 세상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갈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속세의 냄새를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그것마저 부처님 앞에 살며시 올려놓으시길 바랍니다.

  향기롭기를 바라는 순간, 짜증과 게으름, 걱정이라는 비린내는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향 하나씩 피워 올린다면, 이 세상, 인드라망 전체가 어느새 은은한 향기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향기로운 시작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의정부 성불사

대한불교조계종 동학사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62 (우 32626) TEL042-825-2570FAX042-825-6068

COPYRIGHTS(C) 2024 DONGHAK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