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행·증의 길 - 사교반 해인 > 차례설법

  • 로그인
  • 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법문

차례설법

신·해·행·증의 길 - 사교반 해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26.05.11 조회29회 댓글0건

본문

신·해·행·증의 길

사교반 해인

 

 

대중 스님들께서는 어떤 믿음을 바탕으로 수행하고 계신가요? 

 

다문제일(多聞第一)인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시자로서 25년간 수많은 설법을 듣고 기억하고 수행하였으나, 선정의 힘이 부족하여 마등가녀의 음술(淫術)에 빠져 계체(戒體)를 무너뜨릴 뻔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때 화신부처님께서 설하신 능엄신주의 도움으로 음술에서 풀려난 아난존자는 부처님께 참회하고 법을 묻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왜 출가했는가를 질문하시며 『능엄경』이 시작됩니다.

 

  아난아! 내가 지금 너에게 묻는다. “너의 발심(發心)이 ‘여래의 삼십이상(三     十二相)을 말미암았다’고 했는데, 무엇으로 보고 무엇으로 사랑하고 좋아하였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와 같이 부처님을 사랑하고 좋아하였던 것은 저의 마음과 눈이었습니다. 눈으로 여래의 수승한 모습을 보고 마음으로 좋아하였기 때문에 발심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아난존자의 이 답변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시비분별의 마음이 바로 예로부터 생사윤회를 거듭하게 하는 근본 원인임을 밝혀주셨습니다. 참마음을 알지 못하고 시비분별로 일어나는 허망한 생각을 “나”라고 잘못 알기 때문이라 하십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거품같이 허망한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늘 바다같이 변하지 않는 참 성품이 우리에게 갖추어져 있음을 믿고 그 자리를 돌이켜 비춰보며 수행하는 것이 생사윤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능엄경』은 선정의 힘이 부족했던 아난존자의 사례를 통해 문(聞)·사(思)·수(修)의 수행체계를 강조합니다. 바르게 들어야 하며, 들은 것에 그치지 않고 바르게 사유해야 하며, 사유한 것을 바탕으로 바르게 닦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사수의 수행체계는 달리 말하면 신(信)·해(解)·행(行)·증(證)의 수행 단계로 정리됩니다. 수행자가 바른 믿음[信]에서 출발하여, 바른 이해[解]를 거쳐, 바른 실천[行]을 통해, 마침내 바른 깨달음[證]에 이르는 네 단계입니다.

 

저는 오늘 이 네 단계가 각각 무엇이며 어떻게 수행해 갈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신(信) — 바른 믿음

첫 단계는 믿음입니다. 『화엄경』에서는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일체 모든 선법을 길러낸다. 믿음이 지혜와 공덕을 증장하며, 믿음이 능히 반드시 여래지(如來地)에 도달하게 한다.”라 하였고, 『법화경』에서도 “믿음에 의해서만이 불법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불교 수행 전체의 기초이자 원동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승기신론』에서는 믿음을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진여심(眞如心), 둘째 불(佛), 셋째 법(法), 넷째 승(僧)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진여심이란 우리 자신에게 본래 갖추어진 청정한 불성(佛性), 즉 여래장(如來藏)을 가리킵니다. 내 안의 이 참 성품을 믿는 것이 믿음의 출발점이며, 이를 바탕으로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온전히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능엄경』에서 부처님께서 첫머리부터 강조하신 것도 바로 이 진여심, 즉 자신의 참 성품에 대한 굳건한 믿음입니다.

지반이 견고해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우리의 믿음도 바르고 견고해야 합니다. 진여의 참 성품을 믿고, 부처님과 법을 믿으며, 바르게 수행하는 스님들을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2. 해(解) — 바른 이해

믿음 다음으로는 그 믿음을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바른 이해[解]가 필요합니다. 믿음만으로 나아가다 보면 맹신(盲信)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이나 시비분별의 마음들은 사실 경계에 따라 반응하는 반연심(攀緣心), 즉 생각·느낌·감정·기억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항상하고 실재하는 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집착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망심(妄心)이며, 바다의 파도에서 일어나는 거품과 같이 허망한 것임을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능엄경』에서 이러한 잘못된 견해를 먼저 바로잡으신 뒤,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 즉 늘 바다같이 변하지 않는 참 성품이 우리 모두에게 갖추어져 있음을 굳게 믿고 수행하라 하셨습니다. 부러진 지팡이를 짚으면 더 큰 화를 당하듯이, 모르는 것은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을 묻고 법을 구해야 하며, 스스로 반조(返照)하는 수행을 쉬지 말아야 합니다.

 

3. 행(行) — 바른 실천

튼튼한 지반이 집 자체는 아니듯, 지반 위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세밀한 설계와 기술이 뒤따라야 합니다. 설계가 바른 이해라면, 기술은 이해한 바를 몸소 실천하는 행(行)입니다.

중국의 백낙천(白樂天)은 학문과 벼슬이 높아 자만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도림선사(道林禪師)의 기개에 눌린 그는 평생의 좌우명이 될 법문 한 구절을 청하였고, 선사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반드시 행하라.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이에 백낙천이 “그런 말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다.”고 하자, 선사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말할 수 있지만, 팔십 먹은 노인이라도 실행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신심이 깊고 앎이 넓어도 실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집착을 끊고 계율을 지키며, 염불·자비 실천 등 배우고 알게 된 모든 것들을 꾸준히 닦아 나아가야 합니다. 한 번의 깨달음이 아니라 반복 훈련과 같은 지속적인 실천이 행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올바른 실천을 통해 비로소 튼튼한 지반 위에 올바른 집을 짓게 됩니다.

 

4. 증(證) — 깨달음의 완성

실천이 무르익으면 마침내 증득(證得)에 이릅니다. 해득(解得)이 남의 것을 빌어서 머리에 담은 것이라면, 증득(證得)은 스스로 깨달아서 심신으로 아는 것입니다.

어느 날 마음속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것이 본래 모습 그대로 보이게 됩니다.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생멸함을 체득하고, 깊은 평온과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증(證)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신(信)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전을 공부하고 고통의 원인과 무상의 이치를 점점 이해하는 것이 해(解)의 과정입니다. 매일 기도하고, 자비심을 실천하며, 집착을 다스리고 욕심과 분노를 줄이려 노력하며 배운 것을 삶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행(行)입니다. 그 행이 무르익어 체득에 이르는 것이 증(證)입니다.

지식은 월등하나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 계획은 치밀하나 실천이 받침 되지 않는 겉만 요란한 수행자가 아니라, 믿음을 잃지 않고 올바른 이해로 지혜를 더하며 올바른 실천행으로 깨달음의 길에 들어서는 수행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한번 서원합니다.

 

  믿음을 잃지 않겠습니다.

  알음알이를 지혜로 바꾸겠습니다.

  실천에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정부 성불사

대한불교조계종 동학사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62 (우 32626) TEL042-825-2570FAX042-825-6068

COPYRIGHTS(C) 2024 DONGHAKSA ALL RIGHT RESERVED